140엔 찍은 엔화, 낙폭 43년 최대…1엔당 7조원 적자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9-02 06:42   수정 2022-09-02 10:11



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가치가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의 최저치다.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금리정책 차이가 엔화 가치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엔화 가치는 18% 떨어졌다.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일본의 환율제도가 1973년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이후 두 번째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기록적인 엔저(低)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엔화 가치 하락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2002년 달러 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주요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이 0.7% 늘었다. 반면 올해는 1엔 약세 때마다 상장사 경상이익이 0.4% 줄어든다.

해외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혼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이익이 200억엔 늘었다. 현재는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가 120억엔으로 줄었다. 아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 전략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를 피해 기업들이 제품을 일본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대신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당 80엔에서 140엔까지 급격한 엔저가 진행된 1995~1998년 엔화가 1엔 떨어지면 일본의 무역흑자는 연간 970억엔 늘었다. 당시 일본의 주력 상품인 TV와 자동차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2011~2015년 엔저 국면에서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160억엔의 연간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기업의 해외이전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탓이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일본의 화력발전 의존도는 6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일본은 화력발전의 주요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2016년 이후 부터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무역적자가 700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일본의 입국규제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

엔화 약세가 설비투자를 늘리는 효과도 줄었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20년 전 엔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는 1.7% 늘었다. 현재는 설비투자 증가 효과가 1.1%까지 줄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기업이 자국내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없는 지식집약적 사업을 남겼기 때문에 엔저가 일어나도 수출이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